팀장 되기를 기피하는 시대가 됐다. 책임만 늘고, 권한은 줄어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 리스크를 극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리스크를 기회로 인식하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며 공유 리더십을 펼칠 때 모두의 존경을 받고 일의 성과도 만들어내는 탁월한 팀장이 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팀장이 되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건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듯하다. 요즘 젊은 구성원들은 굳이 내가 팀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하지만 리더가 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더 넓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성공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전략적 사고, 문제 해결, 의사결정 능력 등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임 근육 또한 키울 수 있다.
총알받이가 된 팀장들
"자신은 그 시스템 안에서 의미 없는 작은 바퀴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중견 수출 기업의 간부로서 수행해야 하는 형식적 업무는 그를 병들게 했다. 컴퓨터가 부팅되면서 울리는 팡파르만 들어도 눈이 따가웠고, 모니터를 보면 원격 조종되는 것처럼 머리가 책상으로 내려갔다."
라르스 베르예의 소설 <오피스 닌자> 속, 팀장 역할이 괴롭고 두려워 사라지는 것을 택한 '옌스 얀센'이라는 중견 기업 마케팅 팀장의 처절한 이야기이다.
이는 9년 동안 팀장으로서 뼈 빠지게 일해 온 회사 생활과 삶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행방불명이 된 '100일간의 실종 일지'를 다룬 소설이다. 리더 역할이 힘들고 두려워서 사라지고 싶은 팀장이 어디 이 소설 속 주인공뿐이겠는가? 2023년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업무 몰입 수준이 더 떨어지고, 번아웃을 더 많이 겪고 있다고 한다. 성과와 새로운 역할 수행에 따른 압박, 구성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직원들은 "저는 팀장 되기 싫은데요", "업무량도 늘고 성과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날 텐데요?", "그동안 제가 봐왔던 팀장님들은 그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라며 굳이 팀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대놓고 얘기한다.
실제로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에서 2019년 20~30대 직장인 724명을 대상으로 '최종 승진 목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7%는 '직급 승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리더 포비아 (Leader phobia)'는 '리더'가 되기를 기피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조직과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면서, 리더에게 요구하는 희생과 책임감은 커진 반면, 그 권한은 약해지고 보상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팀장들은 아래위로 낀 샌드백 같은 조재, '총알받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회사 및 임원의 요구를 거절할 자유나 선택권은 없고, MZ 세대인 팀원들에게 휘두를 힘도 약하다.
팀장 되기를 꺼리는 이유
이들이 리더가 되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첸장 칭화대 경제경영대학원 교수와 수전 애쉬 포드 미시간대 스티븐 M 로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하버스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능한 사람들이 리더 되기를 꺼리는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관계 리스크다. "팀장 되더니 변했어"라는 말을 듣는 게 부담이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리더가 되면 미움이나 험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미지 리스크다. 리더로 나서는 게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명색이 리더가 됐으니 공격적이고 강한 이미지로 비칠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셋째, 책임 리스크다. 리더가 되면 팀의 실패나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동시에 비난의 화살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는 걱정과 두려움이다.
팀장 리스크,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극복하고 스스로 리더로서 도약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평생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리더 자리가 힘들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행복할 수 있지만, 의미가 없다면 형벌처럼 고통스러울 수 있다. 리더 자리를 성장의 기회, 자아실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